무엇을 하는 것이 맞는가. 이것을 하는 것이 맞는가, 저것을 하는 것이 맞는가. 사실 생각해 보면 맞다 틀리다의 개념은 맞을 때도...
똥파리가 되어 방황하다
부쩍 날씨가 더워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, 점심식사후 축 쳐진 머릿속은 똥파리 날아다니듯 이런 저런 생각들로 멤돌고 있다. 배가 불러 속이 더부룩 하고 높은 온도에 뜨거운 바람까지 부니 뇌가 익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.

뭔가 글귀가 떠오르거나 쓰고 싶은 주제가 생각이 날 때면 재워두었다가 나중에 써야지 써야지 하고만 생각하다 어느새 그 생각은 사라져 버리고 멍하니 잡생각들이 그 자릴 메우곤 한다. 뭔가를 써야지 하며 생각만 하다가 재워둔 생각들은 하찮은 잡생각 찌꺼기의 분비물인 마냥 서서히 사라지고 만다. 꽤나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일기 쓰듯 써 내려가는 글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의 생각과 그 동안 얻었던 교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. 한국을 떠나 모험하는 삶을 살아온 지난 8년 동안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 경험들은 피부로 맞닿아 부딪혀 보고 쪽박나듯 깨져봐야 만이 참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가르쳐 주었다.
대학교 강의를 들으며 배웠던 지식들은 유용하긴 했지만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 듯 했다. 시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,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무런 이론적 체계를 내놓지 못했다.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데에는 교과서적인 방법론이 존재할 수 없듯 인간의 삶 또한 크게 다름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. 나무가 목이 마르면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듯, 삶 또한 나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곳으로 나를 인도했다.

꽤 오랫동안을 방황아닌 방황을 했나보다. 아니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. 한국땅을 다시 밟았을때는 반가움이나 안도감보다는 혼란스러움과 어색함으로 항상 마음과 정신이 불편했다. 그 안에 서 있는 나는 과연 누구인지 스스로가 낯설었다.
우리는 보통 어떤 집단에 속한다고 느낄 때 안정감을 가진다. 익숙함을 통해서 마음은 편안해지고 말과 행동도 자연스러워 진다.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이 소속감은 사라지고 없었다. 태어난 나라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보다는 몸과 마음이 편안히 숨쉴 수 있는 자연에서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. 그럼에도 ‘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’라는 불확신과 불편함은 계속해서 나를 방황하게 했다. 자꾸만 편안함과 안락함을 찾고자 애썼다. 이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. 이 와중에 정처없이 떠돌듯 여행인지 방황인지를 하면서 나도 모르는 또 다른 ‘나’가 만들어지고 있었다.
자꾸만 어딘가에 ‘속할’ 곳을 찾아다니기 보다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. 낯선 땅에 아무것도 모른채 여행하고 방황했던 지난 날 동안에도 ‘나’라는 사람은 늘 그곳에 있었다. 나는 이미 속해 있었다. 이 세상에 이미 속해 있었다. 이런 생각이 들더니, 어디선가 불쑥 살아갈 힘이 솟아났고 한 숨 한 숨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 마저 고맙게 느껴졌다. 하루를 소중히 여길만한 겸손함도 얻었다. 산들바람이 정처없이 불고 지나가듯 마음도 정처없이 흔들리는지라 늘 이런 마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,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.
(2014년 1월 31일)

2012년 독일 베를린 장벽 앞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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